수요일에는 비가 왔습니다. 비 오는 장면을 수집하고 싶어서 디카를 챙겨 밖으로 나갔어요. 카페에도 가고 수국도 보고 비 오는 제주를 마음껏 수집하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쯤 되었더라고요. 씻고 편집을 시작해서 저녁 10시쯤 유튜브에 새 영상을 업로드했어요. 2년 만에 새 영상이었지만 힘들이지 않고 쉽게 업로드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속도예요. 그런데 힘을 빼니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쉬웠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일주일씩 걸리곤 했습니다. 컷 편집부터 음악 선정, 썸네일 제작, 영어 자막 작업까지 모든 과정에 힘을 잔뜩 주었거든요. 영상 하나를 올리고 나면 완전히 나가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촬영 자체도 무거운 숙제 같았습니다. 머릿속에 '그럴싸한 브이로그의 구성'을 정해두고, 그 틀에 맞추려고 했어요. 평소에 10분이면 끝날 요리를, 촬영하느라 30분씩 해야 했고, 편히 책을 읽고 싶을 때도 카메라를 켜두고 연출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나는 브이로그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버리고 12만 구독자가 있는 채널을 그대로 방치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구독자 수는 10만이 되었어요. 그동안 유튜브는 언제나 마음 한 편에 짐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제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채널, 그러나 결국 지속하지 못했던 채널. 나의 실패의 증거. 생각만 해도 쓰라렸습니다.
어쩌면 저는 유튜브를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영상을 본다는 건 그들의 소중한 10분을 저에게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족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태도 때문에 많은 구독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또 쉽게 번아웃이 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기록하려고 합니다. 지금 저의 관심사는 '여름 장면 수집'이에요.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름 장면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수집한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고요. 유튜브용 영상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매일 하던 일을 조금 긴 호흡으로 담기만 할 거예요. 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ASMR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도 시작할 생각입니다.
1. 지금의 관심사를 기록하기
2. 꾸준히 찍을 수 있는 퀄리티로 만들기
3. 편집에 힘 빼기
4. 즐겁게 운영하기
이 4가지 원칙만 가지고 운영해 나갈 생각입니다. 조회수도 낮고 구독자 이탈도 계속되겠지만 적어도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은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유튜브를 다시 키워 나가는 여정도 자립 실험실 레터를 통해 공유해 볼게요.